호박을 썼다. 오른손엔 삼지창을, 왼손엔 도끼를 들고 거리를 활보했다. 등에 단 검은색과 빨간색의 투톤의 망토가 발에 밟히긴 했지만 괜찮았다. 앞에 있는 저 기분 나쁜 녀석만 빼면. 창이 긴 낫을 든 녀석이 갑자기 그것을 머리 위로 크게 쳐들었다. 나는 본능적으로 오른손을 뻗었는데 내 삼지창이 녀석의 뱃가죽을 꿰뚫어 버렸다. 녹색 피가 콸콸콸 쏟아져 나온다. 내 노란색 호박머리 위로도 피가 튀었다. 녀석은 피를 흘리면서도 비명 하나 지르지 않았다. 오히려 들었던 낫을 그대로 나에게 내리 꽂으려 했다. 반사적으로 몸을 피했으나 아뿔싸, 호박머리의 왼쪽 부분이 잘려 나갔다. 차가운 바람이 왼쪽 뺨을 그대로 때린다. 왼손을 위로 크게 휘둘렀다. 제대로 맞았는지 도끼가 녀석의 한쪽 팔을 완전히 잘라 버렸다. 또 피가 콸콸콸 쏟아진다. 이번엔 파란색 피다. 기분 나쁜 피다. 호박머리 위로 피가 쏟아진다. 신기하게도 호박머리는 다시 재생되어 원래의 모습을 갖추었지만 전부 파란색으로 물들었다. 갑자기 녀석이 비명을 질러댔다. 녹색 피와 파란색 피가 멎고 검은색 피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녀석이 손에 든 낫은 온데간데 없었고 머리가 급격하게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는데 그것을 가만히 지켜 보았다. 한참을 지켜보니 그 머리는 호박의 형상을 하려는 것 같았다. 결국 호박머리가 되었다. 잘려졌던 한쪽 팔엔 촉수가 튀어 나왔다. 그르륵, 그르륵 하는 소리를 냈다. 기분이 나쁜 소리다. 녀석의 촉수가 내 허리를 감았다. 꼼짝도 못하겠다. 녀석은 입을 크게 벌리더니 나를 집어 삼키려 했다. 나는 녀석의 입 속으로 아무런 저항하지 못하고 들어갔다. 구린내가 확 풍겨왔다. 컴컴함의 연속이었다. 좁은 통로로 나는 계속해서 이동했고 그것도 꽤 한참이었다. 갑자기 밝아졌다. 아, 나만 이 괴물에게 당한게 아니었다. 넓고 높은 천장의 공간엔 상당수의 사람들이 있었다. 무슨 음악 소리도 흘러 나왔다. 신기했다. 그들은 나처럼 호박머리를 하고 있거나 입을 길게 벌린 해골 비슷한 가면을 쓰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은 흐느적 거리며 춤을 췄다. 갑자기 내 몸도 움직여지기 시작했다. 의지와는 상관이 없었다. 흐느적 흐느적. 흐느적 흐느적. 정신을 잃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누워 있었다. 습관적으로 손을 더듬어 그것을 찾았다. 그것의 밝은 화면은 11/1 이라고 표시하고 있었다.
씁. 꿈이었다.
-_-;


덧글
chan 2009/11/01 16:53 # 답글
오오..무슨 컬트영화 보는 느낌..
HAUL 2009/11/02 23:21 #
그러게요 간만에 꾼 꿈이 오컬트 영화여씀. ㅋㅋ나름 신선합디다?
jenny 2009/11/02 18:11 # 답글
흐느적흐느적 춤추신거예요?
HAUL 2009/11/02 23:21 #
흐느적 흐느적 - 음 연체동물처럼? 아 웃겨라. ㅎㅎㅎ
jenny 2009/11/03 00:27 #
하울님 얼굴도 모르는데 막 상상되요 ㅋㅋㅋㅋㅋ이를어쨐ㅋㅋㅋㅋㅋㅋㅋㅋ
HAUL 2009/11/03 19:06 #
ㅋㅋㅋ 상상하지마아~~~~~~~~!!!!!!!!!!!!!!!!!!!!!! ㅎㅎ아 조만간 얼굴인증 번개를 한번 해야겠군요(-_-ㅋ)
jenny 2009/11/03 22:32 #
예고하고 해주세요 ㅋㅋㅋㅋㅋ